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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원단 색, 숨겨진 과학을 파헤치다

by 텍스타일 2025. 4. 19.

변하는 원단 색, 숨겨진 과학을 파헤치다

 

 

옷을 세탁하거나 햇빛에 말리다 보면 색이 달라진 것을 느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옷장에 고이 모셔둔 옷조차 색이 변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오늘은 원단 색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풀어봅니다.

 

목차

 

원단 색이 변하는 진짜 이유

 

섬유의 색은 여러 요인에 의해 변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빛, 수분, 온도, 오염입니다. 햇빛은 자외선을 포함하고 있어 염료 분자를 파괴합니다. 세탁은 물리적 마찰과 화학 세제의 작용으로 색을 손상시킵니다.

 

공기 중 오염물질 역시 문제입니다. 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같은 물질이 염료와 반응하여 색을 변색시키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밀폐된 옷장 안에서도 섬유 내부의 화학반응이 지속되어 변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염색공정에서 아무리 고급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이러한 외부 요인까지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완벽히 '불변'하는 염색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변염색의 한계와 이염 문제

일반적으로 염색공장에서 사용하는 불변염색 기술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통해 색의 고정력을 높입니다. 하지만 실제 착용 환경은 예측 불가능합니다. 햇빛, 땀, 세제, 마찰 등 수많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결국 색 변화는 일어납니다.

 

변색(fading)은 색이 옅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치 폭포수가 거스를 수 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색도 점점 사라집니다. 반면 이염(bleeding)은 더 심각합니다. 염료가 다른 섬유로 옮겨붙어 불필요한 착색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염은 한 번 일어나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염색공정에서는 변색보다 이염 방지에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하며, 목표는 "최소화"입니다.

 

변색과 이염을 막는 방법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염색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기술로 도프다이(Dope Dyed)가 있습니다. 도프다이는 화학 반응을 이용하지 않고, 섬유 생성 단계에서 무기안료를 삽입하는 물리적 착색 방식입니다.

 

섬유 내부까지 착색되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매우 강합니다. 변색은 물론 이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치 피부에 새긴 문신처럼, 섬유와 색이 하나가 됩니다.

 

도프다이는 환경 친화적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염색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색상 선택의 자유도가 낮고 초기 비용이 높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변색과 이염, 어떻게 측정할까?

섬유업계에서는 변색과 이염 정도를 수치화해 평가합니다. 보통 1급에서 5급까지 등급을 매깁니다. 5급은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4.5급이 최고로 간주됩니다.

 

이 평가에는 그레이 스케일(Grey Scale)이라는 도구가 사용됩니다. 두 가지 색을 나란히 비교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판단합니다. 변색은 기준색과의 차이를 회색 농도로 나타내고, 이염은 흰색 바탕에 이염 정도를 표시합니다.

 

다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의 눈은 색상에 따라 민감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정도의 이염이라도 회색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붉은색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인간이 민감하게 느끼는 색

가장 주목받는 색은 노란색입니다.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며, 위험을 알리는 데도 자주 사용됩니다. 이염이 발생하면 노란색은 오염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색은 빨간색입니다. 인간은 빨간색에 본능적으로 민감합니다. 이는 혈액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빨간색 이염은 아주 미세한 차이도 즉각적으로 감지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같은 등급의 이염이라도 빨간색 계열은 훨씬 더 엄격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준에서는 색상별 이염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붉은 계열에 대해 별도 기준(Red Scale)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산업 표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