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따가운 날, 우리는 선크림을 바르고 자외선 차단 의류를 입습니다. 둘 다 피부를 보호하는 방법이지만, 작동 원리는 전혀 다릅니다.
자외선 차단 의류에는 섬유 구조와 첨단 코팅 기술이 결합돼 있으며,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옷의 원리를 선크림과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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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의류란 무엇인가
자외선 차단 의류는 의류 자체가 태양의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가진 제품입니다. 흔히 ‘UV-cut’ 또는 ‘UV-block’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피부에 직접적으로 자외선이 닿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의류들은 단순히 두꺼운 직물로 자외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섬유 구조와 소재 선택, 기능성 코팅을 통해 자외선(UV-A와 UV-B)을 흡수하거나 반사시켜 차단합니다. 특히 자외선 차단율은 UPF(Ultraviolet Protection Factor)라는 지표로 표시되며, UPF 50+ 등급이면 자외선의 98% 이상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피부에 바르는 선크림과 달리, 자외선 차단 의류는 땀이나 물에 의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으며 반복 착용과 세탁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호 성능을 유지합니다.
선크림과의 작동 원리 차이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 성분이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여 자외선을 ‘흡수’하거나 ‘산란’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화학적 차단제(예: 아보벤존)는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변환하며, 물리적 차단제(예: 이산화티탄, 산화아연)는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킵니다.
반면, 자외선 차단 의류는 피부 표면이 아니라 섬유 자체에 자외선을 막는 기능을 부여합니다. 이는 섬유의 밀도, 조직 구조, 염색 방법, 그리고 자외선 차단 물질의 함유 여부에 따라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촘촘하게 짜인 원단은 물리적으로 자외선의 투과를 막고, 자외선 흡수제나 반사제를 섬유에 직접 적용할 경우, 입고 있는 동안 내내 안정적인 차단 효과를 제공합니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레르기나 피부 자극의 위험도 낮습니다.
UV-cut 섬유의 구조적 특징
UV-cut 기능성 섬유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차단’에 초점을 맞춥니다. 먼저 섬유의 직조 밀도가 자외선 차단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소재라도 조직이 촘촘할수록 자외선 투과율이 낮아집니다. 일반적으로 평직이나 고밀도 트윌 조직이 우수한 자외선 차단 성능을 보여줍니다.
섬유의 색상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두운 색일수록 자외선을 더 잘 흡수하여 차단 효과가 높지만, 그만큼 열도 함께 흡수하므로 여름철에는 밝고 기능성 소재와 결합된 원단이 선호됩니다.
또한 섬유 자체에 자외선 차단제를 첨가하거나, 코팅 기술을 통해 기능성을 부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섬유의 조직만으로는 부족한 UV 차단력을 보완해주며, 가볍고 얇은 소재에서도 높은 보호 성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티탄과 세라믹 코팅의 과학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무기물질은 이산화티탄(TiO₂)입니다. 이산화티탄은 매우 안정적이고 반사율이 높으며,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 자외선 반사제입니다.
섬유 표면에 이산화티탄을 나노 크기로 분산시켜 코팅하면, 자외선이 섬유에 도달하기 전 대부분 반사되거나 산란되어 피부에 닿지 않게 됩니다.
또 다른 기술은 세라믹 코팅입니다. 세라믹 입자는 열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자외선뿐 아니라 근적외선 차단 효과도 함께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야외 활동 시 체온 상승을 억제하고, 의복 내부의 열 축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산화티탄과 세라믹은 모두 무기계 재료로 열과 광에 강해, 세탁이나 햇빛 노출에도 안정적인 기능을 유지합니다. 나노 코팅 기술은 이들을 섬유 사이에 고르게 분산시켜, 착용자에게 거부감 없는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합니다.
자외선 차단력과 지속성의 실제 비교
자외선 차단 의류는 한 번 구매하면 반복 착용과 세탁 후에도 일정 수준의 기능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산화티탄 또는 세라믹을 사용한 제품은 20회 이상 세탁 후에도 90% 이상의 차단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선크림과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선크림은 시간 경과나 땀, 수영 등으로 인해 쉽게 벗겨지기 때문에 수시로 덧발라야 합니다. 차단력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며, 바르기 어려운 부위나 흘러내림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반면 의류는 자외선 차단 범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손이 닿지 않는 부위도 보호할 수 있어 실외 활동 시 매우 효율적입니다. 단, 원단의 마찰이나 변색, 소재 노화에 따라 점차 성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사용 설명서에 따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외선 차단 의류는 ‘차단 + 커버’의 이중 역할을 수행하면서, 선크림과는 다른 방식으로 피부를 보호합니다. 두 방법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의 관계로, 여름철에는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